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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위기 치료 상담방

제목

산후우울증 적신호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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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조회수
15501
내용

 산후우울증은 엄마가 되는 자격증?… 꾹 참다 정신병 된다


    자식까지 살해하는 산후정신병… 年 4000~8000명이 앓는다는데

    남편도 아기도 싫어
    독박 육아에 심신 황폐… 산모의 0.1~0.2%가 산후정신병 증세 보여

    누군 애 안 낳아 봤나?

    "엄마되면 다 느끼는 것" "당연히 그 정도는 해야"… 치료보다는 인내 강조

    지난 10일 경기 남양주 한 아파트에서 주부 A(42)씨가 자신의 두 아이를 살해했다. 사업을 하는 남편이 집을 비워 A씨가 남매와 함께 있던 날이었다. 집에 돌아와 초인종을 눌러도 대답이 없자 이상하게 생각한 남편은 열쇠공을 불렀다.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간 집은 피투성이였다. 아내 손목에선 피가 솟구쳐나오고 있었다. 여섯 살짜리 딸과 네 살 아들은 저항의 흔적조차 없이 안방에 나란히 누운 채 발견됐다. 아이들 몸에 상처는 보이지 않았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먹던 우울증 치료제 알약을 한 봉지 갈아 따뜻한 물에 타서 아이들에게 먹였다고 진술했다.

    A씨는 우울증으로 정신장애 3급 판정을 받았었다. 우울증 약도 수년간 복용해왔다. 남편이 다른 곳에서 사업을 하는 바람에 A씨는 남편과 주말부부였다. 4년 전 친정 근처인 남양주로 이사온 뒤부터였다. 매주 토요일 귀가하던 남편은 일이 밀려 일요일 오후 귀가했고, 그 사이 참극이 벌어졌다. 경찰 조사를 받는 내내 A씨는 눈물을 흘렸다. 그는 범행 동기에 대해 "혼자 아이들을 키우느라 힘들었고 주말에만 집에 오는 남편도 아이들을 돌보지 않고 나에게 무관심했다"고 진술했다

    산후우울증 환자 매년 최소 4만명

    엄마가 친자식을 살해하는 사건이 연달아 벌어졌다. 지난 7월 31일 서울 독산동 한 빌라에서 김모(38)씨가 생후 6개월 된 딸의 입과 코를 이불로 막아 숨지게 했다. 아이 셋을 키우던 김씨는 경찰 진술에서 "막내가 울음을 그치지 않자 갑자기 아기를 돌볼 자신이 없다는 충동이 들었다"고 말했다.

    같은 달 26일엔 경기 일산서구 한 아파트에 사는 주부 B(38)씨가 생후 5개월 아들을 안고 8층에서 뛰어내려 아이는 숨지고 B씨는 중상을 입었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평소 아기 키우기가 힘들다고 주변에 토로해왔다.

    지난 14일엔 서울 남가좌동 한 아파트에서 11세 딸과 7세 아들 남매의 목을 졸라 살해한 주부 C(44)씨가 붙잡혔다. C씨는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지만 귀가한 남편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C씨는 최근 건강 악화로 우울증세를 보였고 범행을 저지르기 3일 전 병원을 찾아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사건의 공통점은 모두 이들이 범행 전 산후우울증을 호소했다는 점이다. 산후우울증은 출산 후 4~6주 사이 시작되는 불안감, 불면, 과도한 체중 변화 등으로 죄책감을 느끼며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출산 후 1주일 내 느껴지는 우울감은 산후우울감이라고 부르며, 이 느낌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산모의 85%가 느끼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세계 각국 통계를 집계한 결과 산모의 10~20%는 우울감에서 끝나지 않고 일반적으로 4주 이상 우울감이 지속된다. 그 후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감정 조절이 어려우면 우울증으로 진단한다. 이 산후우울증은 출산 후 장기적으로 지속되기도 하며 결국 이 기간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자녀에 대한 공격성도 산후우울증세 중 하나로 분석된다. 1995년 발간된 세계기분장애학회지(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연구에 따르면 산후우울증을 겪는 여성의 60%가 영아에 대한 공격 강박을 느낀다. 산후우울증을 앓는 산모는 영아와 유아를 살해·방치하거나 실제로 범행을 실행에 옮기지 않더라도 공격해야겠다는 충동이 크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방치된 산후우울증이 산후정신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모든 산후우울증 산모들이 아이를 해치는 것이 아니라 우울증을 인식하지 못하고 주변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때 우울증이 심해져 산후정신병으로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산모 전체의 0.1~0.2%가 산후정신병을 앓고 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산후정신병 증세를 보이는 환자는 응급환자로 분류되며 아이와 엄마를 분리하는 게 우선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신생아는 40만6243명이다. 산모 역시 그만큼의 숫자다. 복지부 추산에 따르면 매년 최소 4만~8만명이 산후우울증을, 4000~8000명이 산후정신병을 앓고 있는 셈이다. 국내 산후우울증 환자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아직 없다.

    "산후우울증은 일종의 엄마 자격증"

    국내에 산후우울증·정신병 통계가 부족한 이유는 엄마들이 자신의 우울증을 자각하는 경우가 적은 데다 증상이 의심돼도 병원을 찾지 않고 자책하거나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3월 딸을 출산하고 지난달 산후우울증 진단을 받은 회사원 이모(33)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씨의 우울증세는 임신 직후부터 시작됐다. 임신한 사실이 무섭고 감정 조절이 어려웠다고 한다. 이씨는 "아이가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나 회사를 다닐 수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씨의 증상은 아이를 낳고 더 심해졌다. 남편에게 이유 없이 화가 났고 아이에게는 분유를 타주는 것조차 어려웠다. 지역 맘카페에 '아무래도 산후우울증 같다'고 글을 올렸지만 '엄마가 되면 다들 느끼는 것' '우울증 약 먹으면 아이에게 좋지 않다'는 등의 댓글만 달렸다고 했다. 이씨의 증세는 점점 심해져 지난 8월엔 우는 딸아이 얼굴에 이불을 덮고 방문을 닫고 다른 방에 들어가 귀를 막았다고 했다. 10분 정도 지나 아이가 울음을 멈춘 순간 이씨는 아차 하는 생각에 급히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다행히 아이는 무사했고 이씨는 병원을 찾았다. 이씨는 "위험한 짓을 했다는 자각조차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육아 관련 온라인 카페에 '산후우울증'을 검색하면 자신의 상태가 산후우울증인지 의심하는 글이 하루에도 수백 개씩 쏟아진다. 하지만 댓글 대부분은 치료를 권하기보다 "나도 그렇다" "엄마라면 당연히 그 정도 책임감은 있어야 한다"는 수준에 머문다. 서울 구로동에 사는 정모(31)씨는 "엄마들 사이에선 산후우울증이 자격증 이름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며 "엄마들 사이에선 '육아는 자신과의 싸움'이라며 도움 구하는 것을 피하려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문화 특성상 남편을 비롯한 가족이 산후우울증을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경우도 산모들 사이에선 하나의 이유로 꼽힌다. 세 아이를 낳고 극심한 산후우울증을 겪었다는 최모(28)씨는 "산후우울증을 표현하려고 알리면 '엄살'이라는 말이 돌아온다"며 "남편도 도와주지 않아 '이러다 지치면 죽겠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말했다. 산후우울증을 극복하고 산후도우미로 일하고 있다는 허모(37)씨는 "아이 키우느라 밥 먹을 시간조차 없는데 어떻게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겠느냐"며 "어쩌다 '산후우울증 극복기' 같은 글을 찾아보며 공감하는 것이 산모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라고 말했다.

    '독박육아'가 우울증 부른다

     

    산후우울증을 연구해온 고려대 정신건강의학과 고영훈 교수는 "미국 몇몇 주에서는 필수적으로 산후우울증에 대한 전수검사를 하고 있고 영국에선 산모 가정에 방문해 상담을 해주기도 한다"며 "한국 문화 특성상 어머니가 이른바 '독박육아'를 하는 경우가 많아 다른 나라보다 산후우울증 발병률이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하지만 실제로 병원에 찾아오는 산후우울증 환자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보건소에서 검사한 산후우울증 고위험 판정 산모는 총 5810명이었다. 하지만 이 중 정신건강센터 상담까지 이어진 경우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2623명에 불과했다. 2015년에도 고위험 판정 산모 4801명 중 51%인 2494명만 정신건강센터에 상담을 의뢰했다.

    2013년 노르웨이 연구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가 24.5%로 전 세계에서 산후우울증 유병률이 가장 높다. 이어 브라질(24.1%), 독일(20%), 호주(18.6%) 순이다. 산모 중 산후우울증 발병 비율이 낮은 곳은 일본(2%)이며, 노르웨이(10%)가 세계적으로 평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후우울증 발병률이 0.8% 수준으로 나타났으나 이는 실제보다 크게 낮은 수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고 교수는 "우리나라에선 산후우울증을 불면증이나 우울증으로 분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올해만 10명의 영·유아가 산후우울증을 겪는 엄마로부터 살해되자 산후우울증 진단을 필수적으로 하자는 법안이 지난 12일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현재 산 모가 원하는 경우에만 검사를 하는 보건소 선별검사를 필수로 바꾸고 고위험 산모에게 상담비를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만들었다. 정 의원은 "현재 육아 정책은 어린이집 지원금이라든가 하는 형식으로 아이에게만 쏠려 있고 정작 아이를 키우는 엄마와 아빠에게는 아무런 보살핌이 없다"며 "산후우울증 증가와 심화의 근본적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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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22/201709220178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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